국민연금 개혁안의 공식적인 초안이 발표됐습니다. 개혁안의 핵심은 연금 보험료를 매년 60만원씩 더 내고, 연금 수급연령을 만 65세에서 68세로 점차적으로 상향하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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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위원회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9월 1일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의 보고서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향후 정부가 연금 개혁을 추진하는데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연금보험료 인상, 연금수급 나이 연장?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매달 납부하는 연금 보험료를 매년 인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겁니다.
먼저 연금보험료율을 매년 0.6%씩 높여서 5년에 3%씩 인상하는 안을 내놨습니다. 현재 보험료율은 9%인데, 5년 뒤엔 12%, 10년 뒤엔 15%가 되는 겁니다.
연금보험료율이란 기준소득월액에서 연금보험료로 납부하는 비율을 뜻합니다. 기준소득월액이 300만원인 직장인은 9%의 보험료율을 적용해 월 27만원을 납부해야 합니다. 하지만 4대보험에 가입된 직원은 사업주가 절반을 납부해주기 때문에 월 13만5천원씩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년 0.6%씩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5년 뒤에는 월 18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연간 납부 보험료를 계산하면 현재보다 54만원씩 더 내야 하는 겁니다.
10년 뒤 연금보험료율이 15%가 된다면 연금 보험료로 연 270만원을 내야 합니다. 월급이 올라 월 500만원씩 버는 직장인이 됐다면 연 450만원입니다.
연금수급연령 만 65세에서 3년 더?
더 큰 문제는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의 상향입니다. 올해 기준 연금 개시연령은 만 63세입니다. 이 연령이 5년에 1년씩 늘어나 최종적으로 2033년 이후에는 만 65세 이후에 연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급연령을 또 다시 5년에 1년씩 늦춰서 68세까지 늘리자는 것이 위원회의 제안입니다. 이 안대로 연금 개혁이 추진되면 2038년엔 만 66세, 2043년엔 만 67세, 2048년 이후엔 만 68세가 돼야 연금을 탈 수 있습니다.
1973년생, 현재 50세인 분들은 2038년에 연금을 탈 수 있었는데, 1년 더 기다려 16년 뒤에 연금을 개시할 수 있게 됩니다.
1977년생, 현재 46세인 분들은 2044년이 돼서야 연금 수급이 가능해집니다. 2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거죠.
연금지급 개시 연령은 2013년 60세였습니다. 현재는 5년만다 1년씩 늦추는 작업을 계속하면 2033년까지 65세로 연장하고 있는데, 이를 68세로 늘리는 겁니다.
기금소진 시점은 지급 개시 연령이 66세이면 2057년, 68세이면 2059년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내용들을 종합하면 매달 내는 연금 보험료는 기준월소득 300만원 기준으로 연간 60만원에서 100만원 늘어나고,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3년 더 늦춰진다는 겁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이 초안을 바탕으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고, 전문가들의 추가 논의 이후 10월 중에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2024년, 노령인구 1000만 명 돌파
이번 개혁안의 심각성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지금 단순히 5년 뒤, 10년 뒤 연금 혜택 조금 줄어드는구나 정도에서 인정하고 받아들이다가는 노후 대비책이 다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이유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연금기금이 빠르게 고갈돼 2055년에는 바닥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연금 보험료를 높이고, 개시연령을 상향해도 인구구조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연금 기금을 어차피 바닥을 드러냅니다.
한국은 내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합니다. 4년 뒤인 2027년엔 1167만 명이 노인인구로 추정됩니다. 반면 출산율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치인 0.7명을 기록했습니다.
연금 개혁안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혜택을 줄이는 방향, 연금 보험료를 더 많이 납부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겁니다.
연금 혜택의 축소라는 방향성은 이미 정해졌고, 되돌리기 힘듭니다. 이 안에서 우리는 불안한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겁니다.
조기노령연금, 선택이 아닌 필수
이번 개혁안 발표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하루라도 빨리 연금을 수령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한국의 인구구조는 바뀌지 않습니다.
현재 만 65세 이상이면서 소득하위 70%에 지급하고 있는 기초연금 또한 수급자를 절반 이상 줄이는 축소안을 검토중입니다.
연금 수급연령이 얼마 안 남은 분들은 하루라도 빨리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해야 합니다. 조기노령연금은 최대 5년 먼저 연금 수급을 개시하고, 1년에 6%p씩 수급액을 줄이는 선택지입니다.
5년을 먼저 타면 30%가 감액된다고 생각해 신청을 고민하는 분도 많지만,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합니다. 5년 먼저 타는 것이 아니라, 5년 늦게 타지 않는 것입니다. 30% 감액이 아니라 5년 뒤에 타면 30%를 더 타는 겁니다.
시각을 바꾸고, 연금 수급 개시를 앞당기면 조금이라도 여유로운 노년을 맞이할 수 있고, 연금 개혁이라는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급해도 이미 받고 있는 연금 액수를 조정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초연금 수급자격을 강화하는 분위기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강화 등 전체 사회적 분위기를 봤을 때 연금 지급액을 몇 만원 더 높이려고 수급시점을 몇 년씩이나 늦추는 것은 오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은퇴 이후 노년을 대비하는 분들이라면, 전체적인 사회 흐름을 읽고, 현재 시점에서 최선의 판단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