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한국의 전차와 자주포, 경공격기 등 최첨단 무기를 20조원이나 구매했습니다. 한국 방산업체로서는 그야말로 ‘잭팟’이죠. 韓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기 수출이며, 유럽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로 처음 무기를 판매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韓 무기, 유럽에 수출 그 의미는?
이번에 폴란드가 구매를 결정한 무기는 한국의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입니다. FA50 경공격기는 개량형으로 48대를 주문했고, K2 전차 980대와 K9 자주포 648매를 구매했죠.
무기 계약을 위한 기본 계약은 폴란드 국방장관과 총사령관 등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한화디펜스 등이 함께 진행했습니다.
한국은 그동안 방산 산업에 큰돈을 투자해왔지만, 기술력을 전 세계에서 인정받아오진 못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단 한 번도 한국의 무기를 구매하지 않았는데, 이번 폴란드의 결정으로 한국은 유럽에 무기 수출을 사상 처음으로 성공시켰습니다.
폴란드도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에서 무기를 사 온 계약 중 이번이 최대 규모의 딜이라고 밝혔습니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지상·공중 전력의 공백을 채워야 했는데 기술·가격·도입 시기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의 무기 체계가 가장 적합했다”며 “K9 자주포의 경우 기술을 인정받고 있어 빠른 도입이 결정됐다”고 말했습니다.
폴란드, 왜 무기 이렇게 많이 사?
폴란드는 이번 무기 계약 체결과 함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2%에서 3% 이상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평화로울 것만 같은 폴란드에선 왜 국방력을 증가시키려는 걸까요?
사실 폴란드는 역사적으로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나라였습니다. 지리적으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서방 유럽 국가 중에서 러시아와 가장 가까운 나라 중 하나로 항상 분쟁이 있었죠.
주변국 벨라루스와도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아주 친밀하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야심을 드러낼 때 폴란드 입장에선 “러시아 침공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하고, 가장 많은 무기를 지원한 국가 중 하나가 폴란드입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전차 240대를 포함해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쳤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오히려 폴란드의 국방력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무기가 한순간에 빠져나갔는데, 한국과 같이 제조업이 발달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바로 채울 수 없던 거죠.
이번 무기 수입은 이런 지리적, 역사적, 군사적 배경에 의해 이뤄졌습니다. 폴란드는 장기적으로 국방력 증강을 위해 2026년부터는 현지에서 K-9 생산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무기 수출, 신중론도
20조원 규모의 계약이 체결됐다고 좋아만 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속해서 공급하고 있다는 건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에서 수입한 무기를 자국 방어가 아닌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하면 상황이 골치 아파질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지켜보고 있는 입장인데, 한국산 무기가 러시아 군인을 저격한다면 이에 대한 반감이 커지겠죠. 전쟁의 화살이 한국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겁니다. 언론을 보면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많지 않지만, 우리 국방부와 외교부 등은 이 가능성을 놓치지 않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