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 한 때 17만 원이던 카카오 주가는 정부의 빅테크 규제와 금리 인상, 카카오페이 ‘먹튀’ 사건으로 8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카카오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
매출 6조원, 영업이익 6천억
카카오 주가는 단기적으로 꽤 많이 떨어졌다. 고점 대비 절반 수준이니 바닥을 다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38조 8000억 원 정도. 같은 기간 함께 하락한 네이버 시가총액은 53조 7000억 원 규모다. 두 회사는 ‘네카오(네이버카카오)’로 묶여서 이야기되지만, 재무제표 측면에서는 격차가 상당하다.
카카오 : 매출 6조 원, 영업이익 6600억, 당기순이익 1조 6000억
네이버 : 매출 6조 7000억, 영업이익 1조 3000억, 당기순이익 16조 5000억
매출이 비슷한데, 당기순이익이 차이 나는 이유는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이 Z홀딩스와 합병되는 과정에서 처분이익이 영업외이익으로 잡혔기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영업이익보다 당기순이익이 높다.
카카오 네이버의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은 제조업과 비교하면 훌륭하다. 영업이익률이 좋다는 것은 돈을 효율적으로 번다는 이야기다. 적게 투자하고, 많이 번다는 거다. 원자재나 제품설비가 투입되지 않기 때문에 영업이익률 10%대를 가뿐히 넘긴다.
이것이 플랫폼 기업이 고평가 받는 이유다. 최근까지 주가가 떨어지면서 가격 매력도 또한 높아졌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내가 카카오를 사모으는 이유가 아니다.
당기순이익을 보자
보통 기업의 이익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해당 기업의 주요 사업 영역에서 이익(영업이익)이 나야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기순이익에 반영되는 금융수익, 임대료, 주식처분수익 등은 일회성 이익으로 인식된다.
맞다. 그동안은 그랬다. 하지만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더이상 기업은 하나의 사업만 하지 않는다. 포스코가 철강사업만 하고, 삼성전자는 반도체 가전제품만 만들었지만 네이버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은 사업 확장성이 무한하다.
네이버의 수익 모델이 무엇인가. 포털을 중심으로 광고를 하고, 쇼핑 플랫폼을 운영하고, 클라우드, 웹툰, 핀테크 등 수없이 많은 사업을 한다. 라인 같은 회사를 키워서 매각하고, 스타트업에 투자한 후 매각하는 것도 중요한 사업 영역이다.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성장하는 기업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당기순이익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네이버도 좋게 본다. 카카오 주식 3~4개를 사면 네이버 주식 1개씩 꼭 매수한다.
카카오는 영업이익 외에 기업을 키우고, 인수하고, 상장시켜 돈을 모으고, 수익화하는 작업을 잘한다. 이 작업을 국내에서 카카오보다 잘하는 회사는 없다. 카카오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어떤 사업이 될 만한 사업인지 가장 먼저, 그리고 정확히 알고 있다. 그리고 유망한 기업을 찾아가 이렇게 제시한다.
“카카오와 함께 하겠습니까?”
창업을 꿈꾸고, 스타트업을 성장시키고 있는 기업들 중에 네이버, 카카오에 인수되고 싶어 하는 창업자들은 아주 많다. 혹자는 빅테크에 인수될 것을 감안하고 사업 모델을 짜기도 한다.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채팅 플랫폼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소통 도구다. 여기에 카카오 쇼핑, TV, 웹툰, 모빌리티, 헤어샵, 페이, 게임 등 다양한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 중이다. 카카오는 혼자서 모든 사업을 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보다 빠르고, 똑똑한 기업을 찾고, 인수하고, 키운다.
결국 지주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고?
증권가에서 카카오의 주가 하락을 이야기할 때 제시하는 핵심 근거는 ‘돈 되는 사업체의 분할상장’이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같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사업체를 따로 떼어내 상장하면 카카오는 지주사 역할에 머물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 지주사의 기업가치는 처참하다.
삼성전자 441조 7000억 vs 삼성물산 20조
LG에너지솔루션 118조 vs LG 12조
SK하이닉스 90조 vs SK 16조 7000억
기존 대기업 집단에서 지주사 역할을 하는 기업들의 현 위치다. 최근 들어 주가도 많이 빠졌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그것도 엄청 빠르게
지주회사가 재벌 총수들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옥상옥’의 역할을 하던 시대는 지났다. 미래는 산업화 시대처럼 ‘어떤 산업이 크겠다’다고 예측해 집중 투자할 수 없다. 과거에는 반도체, 바이오, 2차전지 등 몇몇 시장이 커진다고 예측하고 투자했지만, 지금은 새로 나오는 기술을 이해하기도 힘들 정도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더 이상 하나의 회사가 모든 사업을 독점하고, 총수 몇 명이서 관리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대기업 직원들보다 더 뛰어난 창업자를 발굴하고, 스타트업을 인수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 스케일업 해서 매각 또는 상장시키는 것이 중요한 능력이 된 시대다. 이제는 자금뿐만 아니라 안목과 속도도 중요하다.
그런 일들을 가장 잘하는 기업이 카카오다. 네이버와 SK도 잘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두 기업도 좋게 평가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간 대기업 집단의 소속회사를 공개했다. 이 기간에 가장 많은 회사를 인수합병한 회사가 카카오였다. 지분 취득을 통해 3개월간 10개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9일에 기업 하나씩 인수한 꼴이다.
인수한 회사 면면을 보면 영화 드라마 제작사, 웹툰 플랫폼, 광고 대행, 드라마 대본 기획, 메타버스 개발, 스포츠용 무선통신장비 제조 업체들이었다. 최근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K-콘텐츠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넷플릭스를 등에 엎은 한국 드라마, 영화가 잘 나간다는 소식은 누구나 안다.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세계인이 한국이 만든 콘텐츠를 소비할 거다. 유망한 사업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평범한 사람도 직감적으로 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카카오처럼 주요 플레이어를 빠르게 발견하고, 많은 기업을 인수합병해 자신의 주요 사업 중 하나로 키울 수는 없다. 이것은 지난 십 수년간 카카오가 갈고 닦은 독보적인 능력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8∼10월 14개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같은 속도라면 해마다 약 40개 기업을 계열사로 만들 수 있다. 카카오뱅크, 페이, 게임즈가 상장했고 앞으로 카카오엔터, 모빌리티가 IPO를 준비 중이다. 블록체인 사업을 하는 ‘그라운드X’, 패션 플랫폼 ‘카카오스타일’, 벤처투자사 ‘카카오벤처스’도 있다. 이들이 모두 분할상장 하더라도 카카오는 더 많은 혁신기업을 인수하고, 키워낼 거다.
소음은 소음일 뿐
최근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및 경영진이 상장 직후 주식을 매도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상장 당시 100% 균등배분을 강조하면서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페이먼트 플랫폼이 되겠다고 강조했는데, 정작 경영진은 ‘먹튀’를 했다는 비판이 뒷따랐다.
류 대표와 경영진은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된 영향도 컸다.(현재 주가 13만 3000원. 지난해 말에는 주가가 24만 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본질적인 경쟁력에 타격을 주는 이슈는 아니다.
카카오가 공격적 M&A 전략을 실행할 때 기업들을 돈으로만 산 것은 아니다. 주식을 교환하고, 스톡옵션을 줘서 유능한 창업자와 함께 했다. 성장한 자회사가 상장하면 창업자와 주요 임직원은 큰 돈을 벌고, 투자자금은 직원들에게 많은 연봉과 복지로 돌아갔다. 덕분에 많은 인재들이 카카오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이제는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M&A와 IPO를 하긴 힘들 거다. 그러나 카카오는 누구보다 빠르게 변하는 기업이다. 먹튀 이슈 또한 적절히 대응해 나갈 역량이 있다. 이런 문제는 결국 소음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핵심은 본질적인 경쟁력이다.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무자비한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서 카카오는 생존 조건을 갖추고 있다.
누구보다 빠르고, 규모 있는 M&A를 실행할 수 있는 경쟁력.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와 플랫폼 효과를 활용해 기업을 성장시키는 능력.
자금과 인재를 모으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내가 카카오 주식을 사 모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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