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더 내고, 늦게 받는다’입니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국민연금 기금은 오는 2057년 고갈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를 늦추기 위한 방안을 이번 정부 들어 처음 발표한 것입니다.
저출산, 고령화에 국민연금 고갈...개혁안 발표
최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소식은 다들 접하셨을 겁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올 3분기 기준 0.79명입니다. 당연히 전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는 아이의 수입니다. 현 시대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평생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수치입니다.
반면, 노인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832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6.2%를 차지했습니다. 통계청은 2040년엔 전체 인구의 35.4%가 노인이 될 것으로 추계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을 낼 경제활동인구는 줄어드는데, 연금을 탈 고령층이 많아지면서 기금 고갈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연금 고갈 문제는 수 년째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입니다. 하지만 워낙 국민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손을 못 대고 있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공약을 하긴 했지만, 그동안 연금 개혁에 대한 이야기는 자제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에서 처음으로 연금 개혁을 위한 청사진을 내놓은 것입니다. 이번 개혁안을 간단히 요약하면 매달 납부하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1.6~1.7배 높이고, 연금 수급 연령을 현재 만 65세에서 68세로 상향했습니다.
보험료율 9%->15%...매년 0.5%p 인상
먼저, 보험료율 인상부터 보겠습니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입니다. 국민연금 가입자하 한달에 200만원을 벌면, 18만원을 연금 보험료로 납부하는 개념입니다. 4대 보험을 지원하는 회사에 다니면 이 보험료는 사업자와 직원이 절반씩 납부합니다. 그래서 월급 200만원 직장인은 월 9만원, 300만원 직장인은 13만5000원 정도의 연금 보험료를 냅니다.
이 보험료율을 2036년까지 15%로 올리는 것이 정부의 개혁 시나리오입니다. 2025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높여서 12년 뒤에는 9%가 15%가 되는 것입니다. 보험료율이 15%가 되면 월급 300만원 직장인이 납부할 보험료가 월 22만5000원이 됩니다. 현재보다 약 1.6~1.7배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 작업이 진행되면 연금 기금 소진 시점을 2057년에서 2073년으로 16년 늦출 수 있다고 합니다. 국민연금 최대 적립 기금도 1778조원에서 3390조원으로 늘어납니다.
정부는 매년 0.2%p씩 30년간 올리는 방안과 3년마다 1%p씩 올리는 방안 등을 고려했지만, 매년 0.5%씩 12년간 올리는 방안이 기금 소진 시점을 가장 늦췄다고 밝혔습니다.
연금 수급연령 만65세에서 68세로
이와 동시에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2048년까지 68세로 늦추는 방안도 제시됐습니다. 현재는 만 62세부터 연금을 탈 수 있고, 5년마다 수급연령이 1년씩 연장돼 2033년엔 65세로 상향됩니다. 이를 다시 5년마다 1세씩 더 늦춰 2048년엔 만 68세부터 연금을 탈 수 있게 하자는 방안입니다.
국민연금연구원 관계자는 “2050년에 유럽연합 주요 12국 평균 연금 수급 연령이 약 68세인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방안이 통과되면 연금 기금 소진 시점을 2년 정도 늦출 수 있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기초연금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도 함께 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은퇴 이후의 노후를 책임질 사회보장제도가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법정 정년인 만 60세를 연장하는 논의도 병행될 예정입니다.
이번 연금 개혁안은 국민연금연구원과 보건복지부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향후 정부가 추진할 연금 개혁안의 주요 시나리오라고 보면 됩니다. 이 내용은 내년 초 발표될 5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를 통해 구체적으로 발표될 예정입니다.
연금 개혁은 국민에게 약속한 노후 대비책을 건드는 문제라 과거 정부들도 중요한 순간마다 주저했습니다. 전 정부에서도 연금 개혁을 추진했지만, 다양한 정치적 요소가 고려되면서 무산된 바 있습니다. 과연 이번에는 연금 제도를 바꿀 수 있을지, 아니면 다시 공염불에 그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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